고양이가 앞발로 코를 비비거나 문지르는 행동을 자주 보일 때, 보호자 입장에서는 “그냥 귀여운 버릇인가?” 하고 웃고 넘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반복되거나 강도가 점점 심해진다면, 단순한 습관이 아닌 건강의 이상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고양이는 불편함이나 통증을 잘 드러내지 않는 동물이기 때문에, 사소한 행동 하나로도 질병의 초기 증상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이 글에서는 고양이가 코를 훔치는 이유와 그에 관련된 건강 문제, 보호자가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경고 신호들을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고양이의 코 훔치기 행동, 평범할까 이상할까?
고양이의 ‘코 훔치기’ 행동은 앞발로 얼굴이나 코 주변을 여러 번 문지르거나 닦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는 일상적인 그루밍 습관의 일부일 수 있으며, 대부분의 고양이는 하루에도 수차례 얼굴을 정리하는 행동을 보입니다. 특히 식사 후, 잠에서 깬 직후, 또는 주변 환경이 바뀌었을 때 자주 나타납니다. 이런 경우에는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행동이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빈도와 상황, 행동의 양상이 비정상적으로 반복되거나 강박적으로 보일 경우 주의가 필요합니다.
정상적인 코 훔치기 행동은 1~2회 부드럽게 앞발로 코 주변을 닦는 정도에 그치며, 금세 다른 행동으로 전환됩니다. 반면 질병이나 불편감이 있는 경우에는 같은 부위를 집요하게 긁거나 반복적으로 앞발로 문지르는 모습이 보일 수 있습니다. 이때는 단순한 그루밍이 아니라 ‘간지러움’ 또는 ‘이물감’을 느끼는 신호일 수 있으며, 행동 도중 짜증을 내거나 고양이가 평소와 다르게 예민해진다면 특히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또한 고양이가 자주 코를 훔치는 상황에서 콧물, 재채기, 하품 시 이상한 소리 등이 동반된다면 단순 행동 문제가 아닌 건강 이상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고양이는 코에 자극을 느끼면 앞발이 아니라 벽이나 바닥에 코를 비비기도 합니다. 이러한 행동은 특히 피부 질환이나 알레르기, 감염 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으며, 단순히 ‘귀여운 버릇’으로 넘겨선 안 됩니다.
코를 자주 훔치는 행동이 나타나는 건강 문제
고양이가 자주 코를 훔치는 행동은 단순한 그루밍 외에도 다양한 건강 문제와 연관될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호흡기 질환입니다. 고양이에게 흔한 바이러스성 질환인 ‘ 고양이 감기 증상을 유발하는 대표 바이러스 중 하나인 허피스 바이러스’나 ‘칼리시바이러스(FCV)’는 상기도 감염을 일으키며, 이로 인해 코가 막히거나 콧물이 자주 발생하게 됩니다. 고양이는 이를 불편하게 느껴 코를 문지르는 행동으로 반응하게 되며, 특히 재채기와 함께 눈물이 나 침 분비가 증가하는 증상이 동반된다면 감염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번째로는 알레르기 반응입니다. 계절성 꽃가루, 먼지, 곰팡이, 향기 강한 방향제 등은 고양이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코와 얼굴에 가려움증을 유발합니다.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는 고양이는 지속적으로 코를 훔치거나, 긁고 비비며 불편함을 표현합니다. 간혹 이와 함께 귀나 눈 주변까지 발로 긁는 행동이 늘어난다면, 전신적인 과민반응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피부 질환입니다. 진드기, 벼룩, 피부염, 곰팡이 감염 등은 얼굴과 코 주변의 피부를 자극하여 고양이로 하여금 반복적인 코 긁기를 유발합니다. 특히 미세한 상처가 있는 경우, 고양이는 그 부위를 계속 핥거나 문질러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외에도 종양, 치아 염증, 눈물샘 이상 등도 간접적으로 코 주변에 불편함을 유발하여 코 훔치기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스트레스나 불안도 반복적이고 강박적인 코 훔치기 행동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스트레스를 행동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코나 얼굴을 지속적으로 만지는 것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자가 진정 행동의 일환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반복적인 코 훔치기 행동은 반드시 단순 행동 문제가 아닌 신체적 혹은 심리적 원인 모두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보호자가 체크해야 할 위험 신호와 대처법
고양이가 코를 자주 훔친다고 해서 모든 경우가 질병인 것은 아니지만, 아래와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주의 깊게 관찰하고 필요 시 수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첫째, 지속적인 콧물이 있을 경우입니다. 특히 콧물이 투명하지 않고 노란색, 초록색, 또는 피가 섞인 경우는 감염이나 염증을 의미합니다. 이와 함께 호흡이 거칠거나, 입을 벌리고 숨을 쉬는 경우라면 상기도 감염 가능성이 높아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둘째, 코와 얼굴 부위에 상처나 탈모가 생기는 경우입니다. 고양이가 자꾸 긁거나 비벼서 생긴 상처라면, 그 부위에 염증이나 기생충 감염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호자는 해당 부위를 꼼꼼히 살펴보되, 억지로 만지거나 자극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셋째, 행동 변화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평소보다 예민하거나, 식욕이 감소하고, 잠자는 시간이 많아졌다면 단순한 코 훔치기가 아닌 전신 컨디션 저하의 징후일 수 있습니다.
넷째로, 환경 변화가 있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집안에 새로운 방향제를 뿌렸거나, 청소 용품, 캣타워 소재, 모래 등이 바뀌었는지도 체크해보세요. 고양이는 후각에 매우 민감한 동물이기 때문에, 작은 변화도 알레르기 반응이나 불편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새 가구나 먼지가 많은 계절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라면 알레르기 가능성이 높으니, 환경 요인을 먼저 제거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1~2일 이상 지속되거나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는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코 훔치기와 함께 눈물, 기침, 재채기, 호흡 곤란, 코막힘 등이 동반되면 감염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호자는 영상을 촬영해 수의사에게 보여주는 것도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아픔을 숨기고 일상적인 행동처럼 포장하기 때문에,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결론: 귀여움 뒤에 숨은 건강 신호를 읽어야 합니다
고양이가 앞발로 코를 훔치는 행동은 자주 볼 수 있는 평범한 장면이지만, 그 속에 건강 이상이나 스트레스 반응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반복성과 동반 증상, 고양이의 행동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한 버릇으로 넘기기보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고양이는 말을 하지 못하는 만큼 몸짓과 행동으로 자신의 상태를 표현합니다. 보호자가 이 신호를 놓치지 않고 적절히 반응할 때, 고양이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방어선이 될 수 있습니다. 보호자에게 보내는 조용한 구조 신호일 수도 있다는 점,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