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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가구를 긁는 행동(본능, 이상 신호, 해결법)

by naughty-roy 2025. 5. 7.

나무 스크래처를 끍으면 만족해 하는 고양이 이미지
나무 스크래처를 끍으면 만족해 하는 고양이 이미지

 

집 안 곳곳 긁힌 소파, 벽지 너머로 드러난 석고보드, 거실 카펫의 해진 모서리 등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한 풍경입니다. 하지만 고양이가 가구를 긁는 이 행동은 단순한 말썽이 아닙니다. 그 속엔 고양이의 본능, 감정, 환경에 대한 섬세한 반응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긁는다’는 행위를 단순한 문제행동으로 치부하기 전에 그 숨은 의미와 원인을 함께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더불어 현실적이면서도 고양이와 집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도 함께 소개합니다.

1. 고양이의 긁기 본능, 본능 그 이상의 신호

고양이가 긁는 행동을 할 때, 우리는 보통 "또 가구 망쳤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 긁기 행동은 그 자체로 고양이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부분은 긁기 행동이 고양이의 ‘본능’에서 비롯된다는 점입니다. 고양이는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날카로운 발톱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사냥과 생존을 위한 수단이었던 만큼, 긁기를 통해 발톱을 정리하고 강화하는 행동은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실제로 고양이는 긁으면서 낡은 발톱 껍질을 벗겨내고 새로운 발톱을 유지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생존 본능을 충족시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자기 영역 표시입니다. 고양이의 발바닥에는 사람에겐 없는 ‘향기샘’이 있습니다. 이 샘에서는 아주 미세한 체취가 분비되는데, 고양이는 특정 공간이나 물체를 긁으며 이 향을 남깁니다. 그 공간이 자신의 영역임을 알리는 것이죠. 집 안에서 가구나 벽지에 자꾸 발톱을 세우는 이유도, 고양이가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안전감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또한 정서적 해소 방식으로도 긁기는 중요합니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손톱을 물어뜯거나 다리를 떨듯이, 고양이도 긴장되거나 지루할 때 긁는 행동으로 자신을 진정시킵니다. 놀이가 부족하거나 하루 종일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긁기로 표출되는 것입니다. 특히 갑작스러운 이사, 새로운 사람이나 반려동물의 등장 등 환경 변화가 있을 경우 긁기 빈도는 눈에 띄게 증가합니다. 즉, 고양이가 긁는 행위는 단지 장난이 아닌 자신을 표현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이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물학적, 정서적 도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걸 무조건 금지시키기보다는 그 행동을 이해하고 ‘올바르게 유도’하는 것이 집사의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왜 하필 가구를?  긁기 행동이 집중되는 이유

많은 집사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질문일 겁니다. “왜 하필이면 가구냐고!” 이미 스크래처도 충분히 놓았는데, 소파나 침대, 커튼 등에는 왜 계속해서 발톱을 들이대는 걸까요? 그 이유는 생각보다 다양하고 섬세합니다. 첫째, 스크래처의 위치와 사용성 문제입니다. 고양이는 ‘자신이 자주 오가는 위치’에 놓인 스크래처에 더 끌립니다. 예쁘게 꾸며놓은 스크래처라도 고양이 동선과 떨어져 있거나 시야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 있다면 그건 무용지물일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자주 다니는 길목이나 시선을 끄는 높이에 있는 물체를 긁는 경향이 강합니다. 둘째는 가구 자체가 고양이에게 긁기 좋은 구조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패브릭 소파는 발톱이 박히기에 딱 좋은 질감을 가지고 있고, 커튼은 위아래로 힘을 주며 긁기에 알맞은 형태입니다. 반면 플라스틱이나 금속, 매끄러운 재질로 된 스크래처는 고양이 입장에서 그리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셋째는 집사의 반응입니다. 고양이는 의외로 사람의 감정 변화에 민감한 동물입니다. 가구를 긁었을 때 집사가 놀라거나 화내며 다가오면, 그것이 반복적으로 관심을 끌 수 있는 ‘방법’으로 학습될 수 있습니다. 즉, 의도하진 않았지만 ‘집사를 불러오는 행동’으로 긁기를 인식하게 되는 거죠. 또한 청소 후 가구 향이 달라졌거나, 새로 들여온 가구에 익숙하지 않을 경우, 고양이는 자신의 향기를 다시 남기기 위해 긁는 행동을 합니다. 이처럼 가구 긁기는 고양이 입장에서 '자연스러운 정착'의 과정일 수 있으며, 우리가 이를 문제행동으로 인식하는 순간 오히려 서로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3. 긁는 행동, 억제보다 ‘유도’가 정답입니다

그렇다면 이 긁기 행동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긁기를 없애려고 하기보다 ‘어디서, 어떻게 긁게 할지를 유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가장 먼저 고려할 점은 스크래처의 다양화와 위치 선정입니다. 고양이마다 선호하는 방향(수직, 수평)과 재질(카펫, 골판지, 나무 등)이 다릅니다. 한두 개 종류에 만족하지 말고, 몇 가지 다른 유형의 테스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스크래처는 고양이가 자주 머무는 장소, 특히 가구를 긁는 위치 바로 옆에 배치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그 다음은 긍정적 강화 학습입니다. 고양이가 스크래처를 사용했을 때 간식을 주거나 쓰다듬어주는 방식은 고양이에게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반대로 가구를 긁었을 때는 큰 소리나 일관된 음성 톤으로 ‘안 돼’라는 신호를 주되, 절대 체벌하거나 무섭게 몰아붙여선 안 됩니다. 겁을 주면 고양이는 문제행동을 몰래 반복하거나, 집사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될 수 있습니다. 추가로 놀이 시간 확보는 정말 중요합니다. 고양이의 긁기 행동은 에너지 해소 수단이기도 하기 때문에, 하루 10~15분씩 집중적인 놀이를 통해 긁기 빈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장난감이나 낚싯대, 캣닢 쿠션 등 고양이의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요소들을 활용해 보세요. 마지막으로는 가구 보호와 행동 유도 병행 전략입니다. 가구 표면에 긁기 방지용 투명 테이프를 붙이거나, 고양이가 싫어하는 향의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도 임시방편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크래처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캣닢을 뿌리거나 사료를 숨겨두는 방식도 효과적입니다. 결국, 긁기를 ‘나쁜 행동’으로 보지 않고, 고양이의 본능으로 이해한 뒤, 긁을 곳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는 고양이와 집사 모두가 스트레스 없이 공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고양이가 가구를 긁는 행동은 고치기 어려운 습관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생물학적 본능과 심리적 필요가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의사 표현’입니다. 긁기를 막으려 애쓰기보다, 고양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긁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문제행동 해결의 시작입니다. 오늘부터는 소파 한쪽이 긁혔을 때 짜증보다는, ‘왜 그랬을까?’ 하는 질문으로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순간부터, 고양이와 집사의 관계는 한층 더 깊어질 수 있습니다.